최근 종교계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동향 조사에서 종교에 대한 신뢰도가 60.5%로 교육계나 대기업보다 낮게 나타났고, 신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대형 사건마다 종교가 배경으로 언급되면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교회가 문을 닫고 신도들이 떠나는 탈교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유럽 교회의 몰락이 주는 경고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전성기를 누렸던 유럽 교회는 10년마다 교인 수가 절반씩 줄어드는 충격적인 상황을 경험했습니다. 전성기 이후 10년 만에 교세가 반으로 줄었고, 20년이 지난 후에는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네덜란드 가톨릭교회의 경우 1천600곳 중 3분의 2가 지난 10년간 문을 닫았다는 보도는 종교계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우람하게 세워졌던 고딕풍의 교회 건물들은 수리비와 유지비를 감당할 수 없어 체육관이나 상가로 임대되고, 심지어 식당이나 술집으로 용도가 바뀌는 일까지 벌어지고 �습니다. 남아있는 교회들도 목회자 생활비나 관리비를 마련하지 못해 통폐합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첨단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했지만 종교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며 시대 흐름에 순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역설
종교가 위기에 처한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종교가 더 이상 인간의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는 존재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샤를리 에브도 총격사건이나 이슬람국가의 무차별 테러는 종교가 비이성적 교리로 무장될 경우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국내에서도 대형교회의 성직 세습 문제, 불투명한 재정 관리, 목회자들의 도덕성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종교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식에게까지 대를 이어 강단을 물려주는 목회 세습이나 재산 갈등은 일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종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한계를 종교가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비전 상실이 가져온 현대인의 외면
현대사회에서 종교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단순히 신자 수가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자들을 붙들어 둘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럽 교회에서 젊은 세대를 찾아보기 어렵고 예배 참석자 대부분이 노인이라는 사실은 영적 권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비전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와 목회자 수가 줄어들고 신학교들이 연이어 문을 닫는 현상은 더 이상 교회에 기댈 것이 없다는 방증입니다. 제도화되고 박제화된 종교는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첨단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기독교는 현재의 교리만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전 개발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답이다
종교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종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성인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자기중심이 아니라 타자중심의 자세로, 탐욕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내려놓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원수까지 사랑했던 성인들의 정신을 회복하고, 이웃 종교인들을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각 종교가 자기가 제일이라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평화세계 실현은 요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믿기만 하면 구원을 받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선한 일을 행하고 악행을 멀리하는 실천적 신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향하여
종교가 모순과 한계에 빠진 것은 종교 지도자들이 말만 앞세울 뿐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이 한결같이 외쳐왔고 온 인류가 꿈꿔 왔던 이상공동체 실현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온 인류가 차별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할 때 종교계는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공동체는 주목할 만한 모델을 제공합니다. 당시에는 공통으로 믿어야 할 교리나 성직자가 없었지만 각자 자신의 삶 속에서 예수의 말씀을 실천하며 스스로 믿음을 지켜냈습니다. 이후 성직자 계급이 생겨나고 신조와 교리를 만들면서 정통과 이단이 나타났고 종교 간 갈등이 시작되었습니다. 딱딱하고 교조화된 교리보다는 개인의 영적 체험과 공동체적 실천신앙을 중시했던 초기 공동체의 지혜에서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합니다.

가정 중심의 신앙으로 변화할 미래
미래 종교는 가정을 중심으로 사랑을 체득하고 훈련함으로써 이웃으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인격자를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성직자보다는 부모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종교의 역할은 줄어들고 가정의 책임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정에서 신앙생활을 하게 되고 모든 인간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랑에 대한 훈련을 하게 된다면 이상적인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이 땅에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사랑은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합니다. 남을 위해 자기를 내려놓는 사랑의 실천은 누구나 좋아하고 누구와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요소이며, 이상사회 건설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결국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경계선과 울타리를 거둬내고 종교 본질을 회복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살아 있는 종교, 모든 사람이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공동체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종교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사랑의 경쟁에서 이기는 종교만이 미래 사회에서 주류 종교로 남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종교가 근본적인 혁신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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