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만으로는 브랜드를 관리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가 강하다, 약하다는 말은 자주 쓰이지만 정작 그 근거를 물으면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 인지도가 좋아진 것 같다"거나 "고객 반응이 예전만 못하다"는 식의 감으로 브랜드를 관리하면, 어디에 자원을 먼저 투입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브랜드 자산을 체계적으로 진단하려면 하나로 뭉뚱그려진 인상을 몇 가지 축으로 나누어 각각을 따로 측정해야 합니다. 데이비드 아커가 제시한 브랜드 자산 모델은 이 작업을 위한 대표적인 틀로, 브랜드의 힘을 충성도, 인지도, 품질에 대한 믿음, 연상 이미지라는 네 갈래로 나누어 살펴봅니다.

충성도, 다른 것을 굳이 찾지 않게 만드는 힘
충성도는 소비자가 얼마나 반복해서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는지를 나타냅니다. 재구매율, 가격이 다소 올라도 이탈하지 않는 비율, 경쟁사의 프로모션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객의 비중 등이 이를 가늠하는 지표가 됩니다.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매출의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반대로 인지도는 높은데 충성도가 낮다면, 사람들은 브랜드를 알고 있지만 실제 사용 후 다시 찾을 만한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인지도, 이름이 얼마나 먼저 떠오르는가
인지도는 소비자가 특정 상황에서 그 브랜드를 얼마나 쉽게 떠올리는지를 측정합니다. 이는 보기를 주고 아는지 확인하는 재인과, 아무런 힌트 없이 카테고리만 제시했을 때 스스로 이름을 떠올리는 회상으로 나뉩니다. 회상 중에서도 가장 먼저 언급되는 브랜드는 최초 상기도가 높다고 표현하며, 이는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큰 지표로 꼽힙니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는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고 이미지가 좋아도 애초에 소비자의 고려 대상에 들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요소를 개선하기에 앞서 노출과 인지 형성 자체가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가 됩니다.
품질에 대한 믿음,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확신
품질에 대한 믿음은 실제 제품의 성능 수치가 아니라,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신뢰의 정도를 뜻합니다. "이 브랜드를 선택하면 크게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믿음은 실제 사용 경험뿐 아니라 가격대, 유통 채널, 광고에서 풍기는 분위기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같은 품질의 제품이라도 신뢰도가 낮은 브랜드는 소비자가 가격 할인 없이는 선택을 주저하게 만들고, 신뢰도가 높은 브랜드는 프리미엄 가격을 매겨도 소비자가 기꺼이 지불하게 만듭니다. 설문을 통한 만족도 점수, 재구매 의향, 추천 의향 등이 이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연상 이미지, 브랜드를 떠올릴 때 함께 따라오는 것들
연상 이미지는 브랜드 이름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함께 떠오르는 단어와 장면들을 뜻합니다. 특정 색깔, 특정 감정, 특정 상황, 심지어 특정 유명인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연상은 소비자가 스스로 정리하지 않고도 순간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이기 때문에, 브랜드가 실제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연상 이미지를 진단할 때는 소비자에게 브랜드와 관련된 단어를 자유롭게 나열하도록 하는 방식이 자주 쓰이며, 이렇게 모인 단어들이 브랜드가 의도한 방향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비교해 격차를 확인합니다.
진단 결과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
네 가지 축을 각각 측정하고 나면, 어느 부분이 가장 약한지가 드러납니다. 인지도는 높지만 품질에 대한 믿음이 낮다면 제품 경험과 사후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자원을 먼저 투입해야 합니다. 품질에 대한 믿음은 높지만 인지도가 낮다면 노출을 늘리는 마케팅에 집중하는 편이 효율적입니다. 충성도는 높은데 연상 이미지가 흐릿하다면, 기존 고객은 만족하고 있지만 신규 고객에게 브랜드를 설명할 명확한 언어가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메시지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네 축을 나누어 진단하면, 막연히 "브랜드를 강화하자"는 구호 대신 무엇을 먼저 손봐야 하는지 구체적인 순서가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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